우편배달부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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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7 10월 17일.

       
시간표를 잘 짠건지 망하는 지름길로 향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월요일과 수요일에 무려 4개의 강의를 듣는다. 그것도 전부 전공만. 우주관측기기2, 미분방정식, 천체역학, 우주관측.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3과목 연강. 그래서 그런건지 점심먹고 나서 첫 수업인 미분방정식은 그럭저럭 버티다가, 그 다음 수업인 천체역학 시간만 되면 항상 꾸벅꾸벅 졸아댄다. 오늘도, 중간에 10분정도, 놓쳐버렸다. 램브란트 정리...작년에 이 정리 유도과정이 시험에 나왔었다는데 큰일이다.

하지만 시간표가 월요일과 수요일에 몰려있음으로서 화,목,금 이렇게 3일은 하루에 수업이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굉장히 널널하다. 그렇다고 뭐 노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수요일이 지나고 나면 목요일부터는 항상 주말의 기분을 내면서 돌아다닌다.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그러지 못하지만, 시험기간이 아닐땐 평일에 아침 일찍 조조로 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하고, 저녁때 홈플러스 같은 곳에 가서 장을 보기도 하고.

슬슬, 혼자서 돌아다니고, 홀로 밥을 먹고, 혼자 앉아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이 점점 익숙해져간다. 처음엔 그렇게 부끄럽고 쪽팔리더니만, 이젠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걸까.
난 이미지보다 텍스트 위주의 포스팅을 선호한다.

뭐, 물어보면 사실 귀찮은 말싸움을 피하기 위해 "이미지 올리기 귀찮아서"라고 대답하지만, 실은 이미지보다는 텍스트가 조금 더 전달하는데 인간의 감성이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렇게 말하면 보통 엄청난 반박과 이의가 들어와서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 않은가? 똑같은 그림을, 글로 아무리 상세히 설명해도 결국은 100% 똑같이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읽는 사람의 상상력과 주관이 조금이나마 포함되게 되고, 그것이 여러가지 해석을 만들어내고, 난 그 해석들이 일일히 다르다는 것에 매료된다. 그래서 나는 만화보다 소설을 더 사랑한다. 만화나 영화는, 좋고 재밌긴 하지만 나의 사고의 틀을 그들의 영상과 이미지로 가둬버리니까.

사실 이것을 심하게 느낀 것이 소설을 영화화한 영화들 때문이다. 특히 영화 '향수'. 난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기에 망정이지, 만약 영화를 보고 소설을 봤으면 그 영화를 평생 저주했을지도 모른다. 원작소설에서 내가 느꼈던 느낌과, 영화에서 말하는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먼저 소설을 읽고 봤기에 그냥 '아. 저렇게 표현했구나'라고 생각하며 넘어갔지만, 만약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봤다면 소설의 장면장면마다 영화를 대입해가며 읽었을테니, 소설의 재미 - 내가 그 장면을 상상하는 재미 -가 120% 반감되어버렸을 것 아닌가.


뭐,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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