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시간상으로 따지면 어제구나. 13일날, 불꽃축제가 한참이던 날.
나는 방에서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왠지 모르게 업된 기분과 함께 흥얼거리며 수학문제를 끄적거리며 풀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래서 우주과학과 동문 제육대회 뒷풀이를 나가게 되었다. 내가 속한 과니까, 한번쯤은 얼굴을 비추는 것이 예의겠지, 싶어서 터덜터덜 걸어나갔다.
이미 술자리는 2차였고, 거나하게 취한 형들과, 발간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후배들이 있었다. 그리고 염소 무리에 잘못 던져진 사슴처럼,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멍하니 들어가자, 몇몇 사람이 날 보고 인사를 했고, 나도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냥, 그것뿐.
어떻게든 보통은 대화를 하고, 같이 술을 마시며 노닥거리는게 내 술자리에서의 철칙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철칙을 적용시킬 기회조차 없었다고나 할까. 끼어서 그냥 분위기에 취해 이야기하기엔 난 취하지도 않았었고, 또 어떻게든 끼어들어보지만 금새 소외되기 일쑤. 와, 진짜 무슨 몰래카메라 찍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무시당할까. 싶었다.
그래서 결국 그냥 조용히 앉아 물 한잔을 홀짝홀짝, 마시고는 3차로 자리를 이동하던때, 일어나 방으로 와버렸다. 그냥, 피곤해서 들어간다는 말과 함께.
아아, 지금 차가워진 머리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 나를 아는척도 하지 않으려는, 어쩌다 말을 하게 되자 매몰차기 그지없게 나를 대하는 니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분나빠.